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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그들만을 위한 '정글질서'

조회 수 2733 추천 수 576 2004.12.31 22:35:51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꼭 4년 전 미국인들이 선택한 부시 행정부는 1기 출범 첫해에 클린턴 전임 대통령이 관여하던 다섯 개의 국제조약에서 탈퇴하여 그동안의 외교적 약속들을 일거에 폐기하였다. 부시 대통령의 이 일방주의 외교를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이렇게 쓰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유럽더러 지구온난화 문제에 간여하지 말라 했고, 러시아에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거론하지 말도록 요구했으며, 멕시코한테는 이민 문제에 왈가왈부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한편, 터키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모욕을 주었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탈퇴했다.”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삶의 공존 공생을 위해 진중하게 합의된 약속들이, 초일류강대국 하나의 이익을 위하여 폐기되거나 방해받고 있는 것이 지난 4년간 이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어온 현상이다. 협상은 없으며 그 나라의 이익에 반하는 어떠한 행위나 세력도 차단되거나 섬멸될 것이라는 전략만이 있어왔다.


교토의정서 비준은 거부되었고, 미사일방어체제가 강행되고 있으며,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반대하는 한편 미국의 원조에 기대는 제3세계 나라들에 미국인 소추면제권을 강요하고 있고,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에 불참하였다. 세계질서를 주무르는 이런 발상이 횡행한 4년과 다시 시작하는 그 임기를 조명하는 것이 운명이 흔들리는 우리 지구촌의 다급한 과제이다.


교토의정서 (京都議定書, Kyoto Protocol)


지구 온난화에 위기감을 느끼는 세계인들과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기에 직면한 열대지역 섬나라 주민들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 비준을 미국 등 선진국에 호소하였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주요인인 이산화탄소 세계 배출량의 24%로 오염원 최다 배출국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자국의 경제에 부작용을 주는 새로운 규제라는 이유로 2001년 교토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이후 그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세계인과 소수 섬나라 주민들의 운명보다 자국 산업의 이익을 위하여 국제적 약속을 사문화시키려 하고 있다.


미사일방어체제 (MD ; Missile Defense)


기술력의 준비 부족으로 사소한 오판으로도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와, 신냉전시대를 불러올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묵살하고 부시 행정부는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구촌 해빙기에 역행하여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의 배후에는 자국내 군산복합체의 계산과 신보수주의 네오콘(neocon; neo-conservatives)의 논리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보수우익 강성외교론이다. 그 논리에 위기감을 느끼는 북한에 대해서는 핵 프로그램 가동을 추호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ICC ;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범죄 등에 대한 국제적 관할을 인정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 이후 국제사회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및 침략범죄에 대한 실효적 처벌기구 설립을 위한 지난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98년 7월 채택된 로마규정에 따라 2002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국제형사재판소가 탄생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앞장서 반대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의 경찰’로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미국이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설치될 경우 남미와 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들에서 친미우익 독재정권으로 교체시키면서 행한 범죄행위와 사실 조작을 통해 전쟁의 포문을 당긴 사례, 그리고 끊이지 않는 미군범죄 등으로 미국 자신이 최대 피소국(被訴國)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001년 5월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조약에서 탈퇴하였으며, 그 이후의 양상은 과히 가관이다. 미국은 자국민이 외국에서 중대 범죄를 저질러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 그 보호를 위하여 자국법에 따라 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군대를 파병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였다. 그리고 2002년 8월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미군보호법’을 내세워 동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약소국 등을 상대로, “어떠한 미국민이 집단살해, 인도에 반하는 범죄, 전쟁범죄로 기소되더라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지 않겠다”는 이른바 소추면제권 부여 양자협정 ‘Article 98' 체결을 거부하면 군사원조 및 경제지원금 등을 중단하겠다고 압력을 가하여 96개국과 협정을 체결, 그 중 5개국이 국회의 비준을 거쳤다.


이러한 처사는, 국제법의 형평성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의 권위와 실효성을 잃게 만들어 인류사의 극악한 범죄들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진중한 노력을 단번에 훼손시키려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WCAR; World Conference Against Racism)


18년만인 2001년 8월 31일 남아공 더반에서 150여개국 정부 대표와 민간단체(NGO) 대표 1만 4,000여명이 참가하여 지난날의 식민지배와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ㆍ배상을 포함한 이른바 ‘과거 청산’ 문제와 중동 유혈사태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는 ‘평등․정의․존엄’이라는 슬로건으로 전 인류를 향해 ‘인종차별철폐’라는 화두를 던졌다.


부시행정부의 미국은 이스라엘의 시오니즘(팔레스타인에 유대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유대민족주의운동)이 논란거리로 떠올라 ‘이스라엘 흠집내기’가 불보듯 뻔하다며 이스라엘과 함께 회의에 불참하였다. 아랍권 국가들은 “시온주의운동은 인종적 우월주의(선민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인종청소’라 비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시오니즘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인종주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유혈 충돌사태를 유발하는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이 인종주의라 규탄을 받은 것은 1975년도 유엔총회 결의안을 통해서였다.


자부심의 심장부를 향하여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의 민족자결과 인권을 침해하는 식민주의적인 인종차별국가로 낙인찍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by any means) 이스라엘군의 점령에 저항해야 하며, 친이스라엘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배후 지원하는 미국에 타격을 가해야한다는 의지가 천명되었다.


그리고 그 해 2001년 9월 11일, 보스턴 로간 국제공항을 이륙하여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174와 보잉767의 기수가 탈취당해 미국 경제의 자부심 국제무역센터(WTC)를 향해, 워싱턴국제공항을 이륙한 여객기는 미국 무력의 심장부 펜타곤을 향해 각각 돌진하였다.


일순간에 안방에서 자부심과 심장부가 강타당한 미국인의 충격은 실로 막대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전 세계인들은 경악으로 사로잡혔다. 그동안 힘을 앞세운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강행해온 미국이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 다음 수순으로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를 지켜보는 지구촌의 우려는 곧 그 충격을 상쇄시켰다.


그들의 질서


9·11 대참사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해석은 ‘전쟁’으로 단정되었다. 난제가 산적한 후발 제3세계권에서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일시적인 수단으로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반면 선진 서방세계에서는 범죄행위 정도로 간주하고 있는 ‘테러’에 대해, 미국은 그것에 ‘전쟁’으로 화답한 것이다.


그 전쟁의 개념에 있어서도 “타국가의 주체성과 국제사회의 합의에 거스르는 어떠한 종류의 무력행사도 금지”되며,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한 무력 대응은 “그 전제로서 침략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유엔헌장의 규정과 국제법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무시된 채, 전략개념을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바꿨으며 이라크, 북한, 이란을 “악의 축”(evil axis)으로 지목하는 등 오로지 미국의 안중과 목적에 부합되어 결행되었다.


2001년 10월 테러 용의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확실치 않은 이유만으로 빈궁한 아프간의 흙더미에 최첨단 화력을 쏟아 부었으며, 2003년 3월 그 테러 용의자와 연계되고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가공된 정보를 근거로 석유자원의 보고 이라크를 향해 거침없이 밀고 들어갔다.


9·11 대참사를 통해 인류의 해묵은 과제를 숙고하고자 하던 세계 지성의 목소리들을 묵살하고 국제법상 개전요건을 완전 무시한 채 일방적 ‘침략'을 개시한 미국의 행동은 명백한 ‘전쟁범죄’로서, 이야말로 국제질서를 파괴한 대규모 ‘테러행위’이다. 이는 2차세계대전 이후 자신의 주도로 건설된 국제질서인 유엔과 국제법 등으로부터 더 이상 구속받지 않을 것임을, 또 기존의 세계질서를 대체하여 약육강식의 새로운 정글질서를 펼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카우보이’의 깃발


1차세계대전 이후 건설된 국제연맹체제는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에서 잉태된 파시스트들에 의해 무너졌고 그것은 2차세계대전이라는 인류 파멸의 결과로 이어졌다. 2차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건설된 유엔체제와 21세기를 꽃피운 문명사회는 일방주의 질서에 탐닉하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맞닥뜨려 있다. 아프간과 이라크를 휩쓴 탐욕의 불벼락이 다음으론 지구촌의 어느 구석을 훑고 지나갈지, 필연으로 뒤따라올 거대한 파멸을 바라보며 인류사의 죽음과 폭력의 악순환을 아파하는 것이다.


헌신짝처럼 내던져진 ‘유엔헌장’을 앞에 둔 목소리는 갈라지고 어떠한 소리들도 초라하게 들린다. 그동안 유엔이라는 기구를 통해 모든 세계인이 머리를 맞대어 그나마 유지되던 국제 정의와 인권 유지노력은 이제 구겨지고, 한 패권국의 횡포를 제지할 현실적인 어떠한 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비극이다.


“결정은 미국이 한다. 미국을 따르지 않으면 적이다.”라며 내닫는 텍사스목장 카우보이의 깃발만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하늘을 가릴 뿐이다.


댓글 '4'

이 산

2005.01.01 14:41:23
*.73.10.89

사진은,
2004년 5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격하고 불도저로 부수는 장면 중 하나.
문서 첨부 제한 : 0Byte/ 8.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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