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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 생명사상의 오늘날 의미

조회 수 3596 추천 수 0 2010.08.15 04:22:03
 

이 글은 천도교의 기관지 <신인간>에 실린 글입니다. 해월선생의 생명사상에 대한 논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몇년 됩니다. 동학경전을 읽으면서 그랬습니다.

이번 <신인간> 특집에는 해월의 생명사상이라는 주제로 너댓분의 필자가 참여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다들 동학을 전공한 교수들이라 거의 논문형식의 글들이 투고 될 것 같아 저는 월생명사상의 '현재적 재해석' 쪽으로 글 방향을 잡았습니다.

 

<해월의 생명사상 - 오늘의 되새김>

경전속의 화석인가 어둔 밤길 등불인가

 

성경의 10계명 중 첫째가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이다. 열 개의 계율이 다 중요하겠으나 개념 없이 순서를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니 첫 번째 계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2010년의 한국 십계명은?

 

그래서일까?

기독교 외에는 모두 사탄이고 마귀로 취급된다. 예수교를 믿지 않는 불신자는 다 지옥행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때로는 다른 종교의 성전에 잠입하여 상징물들을 때려 부수기도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적용 하면 될 계율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기에 이른다.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는 믿어서도 안 되지만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 부시가 속해 있는 복음주의 계열 기독교인들이나 한국의 대다수 거대 종단 교회들이 이런 입장을 취한다. 이른바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현상은 예수에 대한 무지와 종교적 타락에서 빚어진 비극 일 뿐이다.

구약의 십계명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식민통치에 신음하다 모세를 지도자로 하여 신민종주국 이집트를 탈출했지만 서 너 달이면 갈 줄 알았는데 40년이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가고 땡볕만 내리쬐는 사막에서 배회하다 보니 한마디로 개판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나온 새로운 통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사막에서의 천막생활 40년. 끔찍했을 것이다. 도둑질과 강도질. 강간과 간음. 이집트로 다시 도망가는 사람. 모세에 대한 불평불만과 난동. 천막마다 이상한 형상들을 갖다놓고 빌고 절하고..... 이런 상황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면서 내부 질서를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는 초등학교 도덕책에 나오는 얘기 따위를 열 가지 계명에 넣어 통치 질서 잡기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해 보면 재미있다.

 

구약에 나오는 ‘시내산’이 아니고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이 모세처럼 구름에 휩싸인 채 백두산 정상에 올라가서 하나님이 주시는 열 가지 계명을 받아 온다면 어떤 내용일까 하고 말이다. 하나님이 계셔서 오늘 이 땅을 사는 한민족에게 열 가지 계명을 바위에 새겨 던져 주신다면 그 첫째는 뭘까?

 

거침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부동산 투기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자의 타락과 서민의 고통은 부동산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뉴타운이니 종합개발이니 하면서 한 지역을 통째로 덜어 내는 방식의 요즘 도시개발은 아직도 멀쩡한 건물만을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의 삶을 짓뭉개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가슴 아파 하고 계실 것이라 믿어진다. 작년 초 빚어진 용산참사가 바로 이것 아니고 무엇인가.

 

애들 인생 곯으니 과외 시키지 말라는 말씀을 하실 지도 모르겠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삶의 지혜나 세상을 밝히는 지식이 아닌 쓰레기 같은 정보수준의 입시위주의 내용들을 외느라고 시들어 가는 우리의 자식들을 어찌 하나님인들 방치 할 수 있겠는가 싶어서다.

 

남들 보기 창피하니 제발 남과 북이 서로 싸우지 말고 어서 통일하도록 하라는 것이 첫째 계명일수도 있을 것이다. 남쪽 정부에서 화해와 협력을 깨는 짓 좀 그만하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시골이건 도시건, 서민이건 부자건 제발 공금 가지고 삥땅 쳐 먹지 좀 말고 부자들은 세금 더 내게 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하나님이 좌파 아니냐고 펄쩍 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한국의 현실을 두고 볼 때 여전히 첫 계명을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내수도문 - 침과 코가 땅에 떨어지거든 닦아 없이하고

 

북미원주민(‘인디언’이라 부르는 것은 서방 침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여 그곳이 인도인 줄 착각하고 붙인 이름이므로 잘못된 것이다) 노래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 대지의 여신이 오시고서 비로소 꽃이 피었네. 사랑과 평화가 찾아왔네. 다툼은 사라지고 서로서로 아끼며 돕기 시작했네....”

 

노래의 가사 말이 모두 땅에 대한 칭송이다. 세상의 축복은 땅의 축복이다. 하늘은 땅을 통해 자기 존재를 드러내시기 때문이다.

땅에다 침을 뱉지 말고 코도 흘리지 말라면 도대체 어디에다 코를 풀고 침을 뱉으란 말인가? 휴지를 쓰라고? 아니면 손수건을?

해월신사께서 아무데나 코를 풀지 말라 했고 가래침을 멀리 뱉지 말라 했다고 손수건이나 화장지를 챙기라는 말인 줄 안다면 오해다. 바로 뒤에 있는 구절을 읽어보면 보다 선명해진다. 땅은 천지부모님이라 하셨기 때문이다. 어찌 부모 얼굴에 대고 그리 할 수 있냐고 하셨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리 마을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하는 동네 대청소를 했다. 여름을 맞아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나 외지 피서객들이 여름휴가차 방문하기도 해서지만 보건 위생상 무성한 풀들을 자르고 음습하게 구석진 곳을 깨끗이 해야 해서다.

풀 깎는 예취기만 메고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대형 쓰레기봉투를 가져갔다. 논두렁 밭두렁에 함부로 버린 농약병과 페트병,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막걸리병과 깨진 소중병도 길가 풀 속에 숨어 있었다.

우리나라 온 들판에 뿌려지는 그라목손이라는 제초제는 40년 전 미국이 베트남 침략전쟁에서 뿌린 고엽제보다 30배나 더한 독약이다. 크고 작은 이 독약 병을 일곱 개나 주웠다.

 

해월신사께서 2010년의 한국사회에 오셨다면 ‘내수도문’의 이 대목을 대폭 손질 하지 않을까 싶다.

침과 코가 땅에 떨어지면 닦아 없애라는 한가한 얘기를 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침과 코는 솔직히 그라목손에 비하면 애교로 봐 줄만하다. 부모 얼굴인 땅에다 독약을 들이붓고 있는데 어찌 침과 코에 비하랴.

 

근데 해월신사께서 농약 쓰지 말라는 얘기를 과연 쉽게 할 수 있을까? 농약 친 농산물 사 먹지 말고 좀 비싸더라도 자연농 식품을 먹으라. 천지부모 얼굴에 침 뱉지 않고 독약 들이붓지 않고 농사짓는 땅과 자연을 살리는 자연농 농부들의 진실된 노동을 귀하게 여겨라. 이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천지부모를 모시는 것이라고 강조하실 수 있을까?

천도교 신자 중에 농약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플라스틱 석유화학제품 장사하는 사람도 있고 큰 유통회사를 하면서 대형 매장에 현란한 조명과 색 전등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면서 화학농산물을 파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성장호르몬, 방부제가 범벅인 축산업을 하면서 돈 많이 버는 신도가 교당에 큰 건물도 지어 주고 하는데 과연 육식하지 말라고 할 것인가. 천도교 동덕들이 경전속의 해월신사 법설과 현실문제를 날카롭게 연결하는 안목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라목손 정도가 아니다.

 

멀쩡한 4개강을 난데없이 파 헤쳐서 많은 생물 개체 종을 살상하고 토목업자 배만 불리며 그와 결탁된 관료들의 뒷돈 거래나 보장하는, 그야말로 부모 얼굴을 흉기로 갈기갈기 찢어대고 있는데 침 뱉지 말라. 코 흘리지 말라는 말을 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해월신사는 “나무라도 생 순을 꺾지 말라.”고 하셨지만 현재 홍익대학교 재단에서 서울의 허파인 성미산 아름드리나무를 잘라내고 있는 이때 산비탈에 천막을 치고 엔진 톱과 포클레인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마을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이 듣기에는 한가로운 소리로 들릴 것이다.

 

환경문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해월신사 법설을 들먹이며 으스대는 천도교 신자들이 있다면 경전 속 법설을 더 이상 박제된 화석처럼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자식 치지 말고 울리지 말라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곽노현 서울시 신임교육감이 시내 모든 학교에서 학생체벌을 없애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가 어린 초등학생을 마구잡이로 교실바닥에 쓰러뜨리고 두들겨 패는 동영상이 돌면서 케케묵은 체벌 효용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 엄명으로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떤 학부모 단체와 교장들 일부가 들고 일어났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교육적 목적의 순수한 체벌조차 불용하면 교육을 포기하라는 말이냐면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천도교의 뿌리인 동학에서는 부인접장과 더불어 동몽접장이 있었다. 10대들이 포-접으로 이어지는 동학조직 단위의 수장이 되어 활약한 것이다. 해월신사는 동몽접장들에게도 맞절을 하신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 자식을 치지 말라는 말은 멀쩡하게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심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대상으로 삼은 말이 아니다. 허구 헌 날 컴퓨터만 껴안고 지내고 뺀들뺀들 말 안 듣고 옷은 찢어 입고 중고등학교만 가도 술 담배부터 하는 아이들도 포함된 말이라고 보면 된다.

 

어떤 경우에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라는 말이다.

폭력은 그 속성 상 더 큰 폭력을 낳게 되고 폭력은 그것을 사용하면서 감정이 상승되어 애초의 의도와 목적에서 한참 벗어나 엉뚱한 문제를 야기하기 일쑤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폭력은 그것에 당하는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마저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아이들 치는 것이 어찌 회초리나 몽둥이, 주먹만을 말하겠는가. 어른들이 돈벌이 목적으로 만든 여러 유해 업소들. 학교 주변의 불량 식품들.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들의 사치심이나 호기심을 유발하여 돈벌이 하는 장사치들. 대학서열화. 밤늦도록 불 밝히고 있는 사설 학원들. 머리조차 스스로 판단하여 기르거나 자르지 못하게 하는 것들.

이 모두가 어린 자식들을 내리치는 것들 아니겠는가?

 

해월신사의 말씀을 듣고 ‘나는 우리 아이를 때리지 않는다.’고 자위 할 문제가 아니다. 제도화된 폭력과 소비 병. 부자 병. 허세 병 이 모두가 아이들을 내치치는 몽둥이들이다. 제도교육자체가 우리 아이들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아이들을 치는 것이 거대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고 ‘대학은 나와야 제 밥벌이는 하지.’라는 미신이 횡행하고 있다. 온 민초들이 장사꾼이 되어 영혼까지 팔아먹는 지경에 이르렀고 자본주의의 상술은 거의 사기와 협잡수준에 가 있다.

 

140년 전에 우리 천도교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배려를 했던 종교라고 내 세울 일이 아니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이 3대 교조 의암 손병희성사의 사위라고 들먹일 일도 아니다. 오늘 우리는 현실의 교육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교육적 논란들에 어떤 입장을 견지 하느냐를 살필 일이다.

 

천도교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생태유아공동체 유치원 하나 없고, 대안학교 하나 없다는 것은 해월신사 가르침에 대한 게으름이다. 나태함이다. 도리어 시민운동가들이 아이를 한울로 모시라는 해월신사의 법설을 더 잘 이행하고 있다.

 

삼경 - 사람이 한울을 떠나 따로 있지 않는지라

 

해월신사께서는 한울(귀신. 하느님)만 공경하고 사람을 공경하지 않으면 농사의 이치는 알되 씨를 뿌리지 않는 농부와 같다고 하셨으니 이와 같이 어리석은 풍속(고등종교라 하는 기성 거대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에 따라 귀신을 공경할 줄은 알되 사람은 천대하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죽은 부모의 혼은 떠받들면서 산 부모는 천대함과 같지 않겠냐고 하신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씀이지 않겠는가.

 

종교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야만과 자연훼손은 그 규모가 거대하고 논리가 화려하다. 교육재단의 이름을 가면처럼 쓰기도 하고 숭고한 이념을 내 걸기도 한다. 그래서 농부시인 서정홍은 도시에 있는 성전을 다 허물라고 소리친다.

작년 연말에 나는 어머니를 잠시 다른 형제에게 맡기고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다. 다섯 곳 카페 회원들이 사전에 모의(?)하여 연말을 맞아 공동으로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하여 그 유가족을 위로하고 문제해결을 당국에 촉구하기로 하고 한 달여 동안 모금도 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여러 종교단체와 종교인. 시민들이 모여 함께 추모행사를 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불에 그슬리고 파괴된 남일당 건물과 불에 타 죽은 여섯 분의 영정이 비치된 추모천막. 어지러운 벽보들과 날 선 구호들. 한울님은 결국 사람의 손과 발을 빌어 이 비참한 현장을 위로하고 깨끗이 정화 할 수밖에 없을 터이니 누군가는 자신의 손과 발. 지갑을 내 놓아야 하리라.

 

해월신사는 경천(敬天),경인(敬人),경물(敬物) 이 삼경(三敬) 중 경인을 강조하셨다. 한울을 공경하는 경천이라 함도 결국 사람을 공경하는 경인에 의해 실제로서 그 효과가 드러나는 법이라고 하셨다.

 

베를 짜는 며느님도 한울님이고, 사람이 찾아오면 한울님이 오셨다고 하라 했으니 경인의 경지가 어디까지 다다라야 할지 짐작이 어려울 정도다.

경천과 경인만 가지고는 도덕의 최고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온갖 물건을 공경함에 이르러야 천지기화의 덕에 합일될 수 있다는 게 해월신사의 말씀이다. 남한 사람들이 한 해 동안 버리는 음식물만도 10조원이 넘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몇 년 타지도 않은 자동차를 또 바꾸고 휴대폰은 몇 개월 단위로 신기종을 출시하여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하는 행위들을 우리는 자본주의의 기술개발이라고 자축해야 할지 한정된 지구자원의 고갈행위로 규탄해야 식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을 밝고 맑게 하여 경물(敬物) 의식을 견결히 할 때라 하겠다.

 

이 대목에서 주의 할 일이 있다.

해월신사는 ‘대인접물’편에서 필 은악양선(必 隱惡揚善)하라고 하셨다. 부자가 흥청망청 쓰고 이웃을 돌보지 않든, 부모가 아이를 치든 그들의 잘못을 덮어주고 잘하는 점을 더욱 북돋아 주라고 하신 것이다. 상대의 단점이나 과실을 나를 내세우는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 만한 어리석음도 없을 것이다.

 

만심쾌재이후(滿心快哉而後)라야 능위천지대사의(能爲天地大事矣)리라

 

공자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즐기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경천도 좋고 경인도 좋고 경물도 좋지만 이를 악물고 속으로 삭이고 참아 가면서 하는 일이라면 헛일이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흐뭇하고 유쾌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육체적으로 아무리 힘들고 마음고생이 큰 일이라 해도 즐거운 마음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숭고한 일이고 거룩한 소임이라 해도 이것을 짜증내고 원망하면서 하면 다 도루묵이 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즐겁게 하는 일은 실수가 없고 위험이 없다. 즐겁게 하는 일에는 엔돌핀이 잘 돌아 목적 한 것 보다 더 훌륭하게 이뤄낸다. 이것은 칼융의 심리학에서도 권장하는 바다. 한 번 웃으면 백가지 약재보다 더 치유력이 높기 때문에 웃음치료사라는 직종도 생겨났고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쾌의학(快醫學)도 등장했다.

 

성경에서 쉬지 말고 기도하라. 모든 일상사에 감사하라. 늘 기뻐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해월신사는 시쳇말로 조선역사 최장의 도바리꾼이었다. 2대교주가 되고 바로 국사범(일제하에서라면 ‘사상범’이었고 요즘으로 따지면 ‘국가보안사범’)으로 수배되고 관헌의 추격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시국사범으로 5년여의 수배생활을 했었지만 해월신사는 이 보다 7배나 더 긴 세월을 수배자로 사셨다.

 

지명수배가 되어 전신주마다 현상금이 걸린 수배전단이 나붙고 다방이나 카페에도 사진까지 내 걸리고 보면 초긴장된 생활을 하게 되어 된다. 극도로 예민해지고 독기를 품게 된다.

해월신사는 악인에게는 선하게 대하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고 가르쳤고 욕됨을 참고 용서하며 남을 향해 입바른 소리를 하기보다 도리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데에 더 열중하라 했다. 지금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도 삼가라는 말씀이다.

 

이렇듯 해월신사는 여성, 어린이, 나무, 새, 자식, 부모, 땅을 망라하여 일관되게 순환성과 신령성, 유기체성, 상호의존성을 가르치신다. 온 생명주의자다. 우주 존재적 안목으로 말씀하신다. 그러면서도 개인차원의 수도와 사회적 실천을 함께 강조하신다. 허위의식과 관념성을 깨고 실생활에서 도를 구하라고 일깨우신다. 천도교인의 하는바에 따라 해월신사가 경전 속에 갇힌 화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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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인내천

2010.08.15 22:44:54
*.78.221.222

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인본주의 사상이죠.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사람 같이 중요한게 없다.라는 거겠죠.

정말 훌륭한 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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