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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서 경기도 군포까지 오줌을 싣고 가는 사람이 있다. 갓 스무 살 청년. 심원보다.

  
▲ 오줌 대지의 영양분이다. 민족의 거름이다.
ⓒ 전희식
오줌

그는 페트병에 모은 오줌을 꽁꽁 묶어서 끌차에 싣고는 전철을 타고 간다. 전철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탄다. 목적지는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이자 도시농업위원장인 정용수선생님의 농장이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아?”

“노르스름하니까 뭔가 하고 보는 사람은 있어도 묻는 사람은 없던데요.”

“냄새가 날 텐데?”

“뚜껑을 잘 닫고 테이프로 꽁꽁 묶죠.”

 

그의 오줌 병이 군포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모아 둔 오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싣고 간다. 아니, 오줌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간다기보다 가는 곳에 오줌이 필요할 것 같으면 망설임 없이 싣고 간다. 그래서 그는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 앞에 쌓인 쓰레기 상자에서 빈 페트병 모으는 게 일이다.

 

남의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오줌 병을 보관하기도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흘리지 않고 오줌을 페트병에 누는 것 또한 쉬워 보이지 않는다.

 

“깔때기를 대고 누면 안 흘리고 오줌이 병에 잘 들어가요. 내 고추가 얌전 할 때는 그냥 병 구멍에 넣고 싸고요.”

 

오줌을 모으는 이유는 짐작이 가듯이 환경문제에 대한 남다른 투철함 때문이다. 소중한 자원이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하면서 쓰레기로 변하는 것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종로에서부터 오줌을 싣고 간다고 해서 심원보가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에게는 거처가 따로 없다. 이 세상이 다 그의 집이다. 자기 집을 한 개만 가지는 어리석음이 그에게는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장수도 그의 집이다.

  
▲ 오줌 전철을 타고 가는 오줌. 여행중이다. 참 호사스런 오줌이다. 사람들 구경도 하고.
ⓒ 전희식
오줌

지난주에 또 우리 집에 와서 나흘을 놀다갔다. 놀다 갔다고 하면 그가 한 일들에 대한 모독이다. 새로 짓는 집 지붕에 흙 반죽을 해서 올리는 일을 했다. 우리는 이것을 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흙덩이 던져 받기 놀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그래서 놀았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그에게는 일과 놀이와 공부가 따로 나뉘어 있지 않다.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는 삶을 누린다. 그래서 늘 즐겁고 재기가 번득인다. 그러려면 당연한 일이지만 고정된 직장을 가질 수 없다. 우리나라 어느 직장도 통합된 삶이 보장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호텔에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말이면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자원봉사활동을 나간다. 그에게는 애초부터 정규직,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정규직은 그의 자유로운 삶에 기름기나 끼게 하는 족쇄인지도 모른다. 좋은 조건의 직장은 사람의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얽어맨다는 것을 선험적으로 깨우친 듯하다.

 

“하하. 앞으로도 직장 같은 거 안 가질 거예요.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직장 다닐 틈이 어딧어요.”

 

나흘 동안 지내고 그가 떠나는 날. 늘 그랬듯이 노잣돈을 몇 만원 봉투에 넣어 주려고 하니 안 받는단다. 이제 스무 살이라면서 안 받겠단다.

 

“아녀. 받아. 왔다리 갔다리 하는 놈이 차비 떨어지면 끈 떨어진 연과 같은 기라. 받아.”

 

내가 몇 번 권하다 포기해버리자 도리어 그가 선물을 꺼냈다.

신문지에 똘똘 싼 걸 주는데 펴 보니 머리카락이었다. 어제 오후에 같이 왔던 여자 친구가 심원보 머리를 깎아 주었었는데 그것이었다.

  
▲ 집짓기 우리 집 앞 마당에서 <100일학교> 학생들과 생태집짓기 과목이 진행중이다.
ⓒ 전희식
생태집

“선생님. 이건 황토 반죽하실 때 넣으세요. 벽이 안 갈라져요. 선생님 집에 제 몸을 바치는 거예요.”

 

그리고는 부엌으로 데리고 가더니 찬장에서 인산죽염을 한 봉지 꺼냈다. 500그램짜리 인삼죽염은 가격이 3만원이라 찍혀 있었다. 쇼핑몰 아르바이트 하면서 급료로 받았단다. 이런 귀한 선물이 다 있나 감격을 하는데 선물 보따리가 계속 풀렸다.

 

방으로 들어 온 그가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내서 준다. <건강한 경제모델 프라우트가 온다>였다. 내가 잘 아는 칫다다 선생님이 번역하신 책이라 산다 산다 하면서 여태 못 사고 있던 책이었다.

 

“아난다 마르가 센터에서 열흘 동안 자원봉사 했는데요. 급료를 준다기에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열권을 급료에서 제하고 받아왔어요. 아직 안 사셨다니 잘 됐네요. 이거 보세요.”

 

심원보는 큰 가방을 쩍 벌리더니 내 책 <똥꽃>을 몇 권 보여준다. 이것도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있단다.

 

“선물 더 없어? 끝이야? 있음 더 내놔!”

 

나는 그의 가방을 뒤졌다.

심원보는 나를 이끌고 싱크대 위로 간다. 헥소미아 에너지 수를 만들어 놨단다. 어머니 드실 물은 이걸로 드리란다. 5리터 물통에 물을 담고 물통 위에 랩으로 곱게 싼 책 <하늘이 전해 준 빛 세상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덕명선생의 저서다.

 

“어제 저녁부터 만들어요. 에너지 수 드시면 건강해진대요.”

 

심원보는 저금통장도 없고 학력도 보잘것 없다. 스무살 제 또래들과 달리 대학진학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공부는 얼마나 열심인지 모른다. 몇 달 간격으로 만날 때마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삶의 지혜와 전문지식들은 혀를 내 두르게 한다. 삶에서 배우고 사랑을 실천하는 청년이다.

  
▲ 흙덩이 던지기 놀이 지붕위에서 흙덩이 던져받기 놀이는 놀이 중에 최고의 놀이다. 정확성과 자세,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요구된다.
ⓒ 전희식
생태집

“심심해서 내년에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가 볼까 해요. 저한테는 방송대가 가장 좋아요. 등록금도 싸고 제가 할 일 해 가면서 공부하면 되니까요.”

 

몇 년 전, 고등학교 1학년을 자퇴하고 곧장 귀농학교를 찾아 와서 나를 만나 지금껏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몇 달 전에는 정식(!)으로 사제지교를 맺었다.

 

나는 그를 미래청년이라고 부른다. 그는 오래된 미래의 유목민이다. 집과 직장과 대학이라는 거추장스런 멍에를 첨부터 무시하고 산다. 안중에도 없다. 작년에는 야마기시양계농장에서 양계를 하면서 축산공부도 했었다. 영성단체 ‘다생소활’에서 수련에 전념하기도 했고 산촌유학센터에서 어린 아이들의 도우미 노릇도 했다.

 

미래청년 심원보는 오늘도 오라는 곳이 너무 많다. 아무 걸림이 없는 그는 가는 곳마다 웃음을 선물한다. 가진 것 모두를 나눈다. 돈 없이도 풍족하다. 아무리 꺼내도 그의 가방은 늘 넘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삶이 보이는 창>과 제 카페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cafe.naver.com/mobo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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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위기극복유전자

2008.12.12 17:08:15
*.106.254.111

오우 2루수가 유격수에게 토스해서 병살 처리하는 모습같네요^^.........잘보고 갑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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