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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선생 양심의 법정에 서다!

조회 수 1822 추천 수 16 2005.04.20 13:13:31

  [황산 선생 양심의 법정에 서다!]

 

  출근길에 캄캄한 암흙의 지하 터널로 전철이 나를 실어 갈 때 나는 꿈을 꾸었다.

 

  검은 법복을 입은 법관이 한 청년을 향해 양심 선언을 한 경위를 추궁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푸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고 청중을 향해 당당히 외치는 것이었다.

 

  자기 시대를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모순을 질타한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입니까? 저는 단지 제가 몸담고 있는 백종고의 모순을 질타했을 뿐입니다.

 

  저는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금번 백종고에서 실시된 논술고사는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잘못되었음을 고발함으로써 저의 무고함을 주장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의 문제입니다. 진실을 노래해야 할 학교에서 공공연히 순진한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논술이 아닌데 논술이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사도신경을 외워서 쓰는 것이 우째서 논술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논술은 논리적인 글쓰기, 창의적인 글쓰기, 자기 주장의 글쓰기를 말합니다. 그런데도 이미 제시된 글을 외워서 쓰는 것을 어떻게 논술이라고 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도신경을 외워서 쓰라는 것은 제시된 글을 베껴서 쓰기, 정직하게 말해 강요된 글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둘째로, 결코 시험의 내용이 될 수 없다는 문제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학생들의 다양한 사상이나 양심, 종교적 입장을 무시하고 특정 종교의 교리를 외워서 쓰도록 강요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자행하는 순결한 양심에 대한 도전이자, 헌법에서 규정한 종교적 자유를 짓밟는 폭력이며 고문입니다.

 

  셋째로, 교육과정을 편법적으로 운영한다는 문제입니다. 월요일 1교시 HR 시간은 학급 자치활동 시간으로 학생 스스로 자신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회의와 토론을 통해 민주적 자치 역량을 기르는 즉, 민주 시민 교육의 실질적인 학습장인데, 그것도 매달 한 시간씩 HR 시간을 빼앗음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겁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가장 정직하게 교육해야 할 학교에서 편법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이 모순된 현실을 질타하는 것이 대체 무슨 잘못이란 말입니까?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호소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가족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제자들의 권익이 침해되는 모순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질타한, 즉 제자들을 사랑한 것이 죄가 되어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귀가하지 못하고 법정에서 단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살아 실천하는 교육자적 양심으로 외칩니다. 피고인석에 서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논술고사를 치르게 한 자들이라고...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합니다.!

 

  선생님! 내려야 할 시간입니다. 라는 옆자리에 앉은 승객의 말씀에 꿈을 깨고 허겁지겁 전철을 나선다. 아무리 내 호주머니를 뒤져도 아뿔싸! 소금 한 줌 없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런 악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우짜든지 별탈 없이 오늘도 내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할텐데... 소박한 소망을 가져 본다

 

    2005년 4월 20일 악몽 없는 세상을 꿈꾸며 도덕교사 박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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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박남수

2005.04.22 13:38:28
*.178.224.124

본인이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오늘 응답했습니다.
===================================================================================
게시물 이동에 관한 안내말씀

2005. 4. 22일 정보화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위의 글은 교사가 학교의 교육과정운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며, 방문자에게 본교가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한다는 나쁜 인상을 줄 수 있으며, 또한 특정 교과와 연관되어 교과담당선생님들의 심리적 피해가 예상되므로, 교사게시판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또한 교육과정상의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 고려해볼 여지가 있어 차기 부장회의에 안건으로 제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박남수선생님과 종교교과선생님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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