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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환자로 만드는 사회

조회 수 3059 추천 수 27 2007.10.02 09:51:59

오늘,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이곳저곳에서 노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 것이다.

 

치매가 있으신 여든여섯의 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새로이 보게 되는 사실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는 걱정 어린 경고 속에서 장사꾼들만 판을 치고 정작 노인들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는 멀어 보인다.

 

복지센터의 노인 돌보미는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 고함을 지른다. "할매! 할매! 자요? 일나아!" 주무시던 어머니가 꿈과 현실의 틈새에 끼여 한참을 허우적거리신다. 오줌 쌌으니 빨아주겠다고 아랫도리를 와락 벗긴다.

 

면사무소 직원도 간호사도 의사의 반은 어머니에게 반말이다. 몸 불편하고 기력이 떨어진 노인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애 취급한다.

 

전문가들은 온갖 병명을 만들어 붙인다. 무슨 무슨 노인성 병과 증상들이 모두 치료의 대상이고 격리 이유가 된다. 시설에 요양하러 온 정상적인 노인들마저 모두 환자복을 입혀서 환자로 만들어 놓고야 만다.

 

책방마다 차고 넘치는 것이 어린이책이지만 노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과 음반과 영화가 따로 있지 않다. 동화가 있으나 '노화'가 없고, 동시가 있으나 '노시'가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발견한다. 부모 모시기는 자식 키우기의 반의 반도 안 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증거들이다.

 

몸이나 정신이 수명을 다하여 제 기능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은 노년기의 마땅한 현상이다. 의사들은 그런다. "이건 노화가 아니라 병이다"고 강조한다. 정상적인 노화와 병을 꼭 구별하려고 한다. 무모한 짓이다.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는 노인들을 자꾸 병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사회악을 만드는 일부 '정상인'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치매 걸린 부모의 반상식적인 언행들이 제 정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식구들은 그제야 안도하고 감정을 눅인다. 대신 그 때부터 더는 부모가 아니라 환자다. 부모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모두가 헛소리고 웃음거리의 소재로 전락된다.

 

그동안 노인 관련 전문서적을 많이 봤지만 손을 꼭 잡아주고, 노인과 같은 방에서 자며 얼굴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라는 글은 읽지 못했다. '헛소리'일망정 틀렸다고 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고 추임새를 넣어주라는 말은 없다. 사랑과 정성은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고 오로지 약과 병원과 음식이 한결같은 처방들이다.

 

사랑은 죽은 세포도 되살리며 정성은 통증을 경감시킨다는 것이 내 체험의 결과들이지만 인정되지 않는다. 큰 행사나 공공기관에 갈 때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되고 전문인이 배치되지만 어디에도 불편한 부모 모시고 갈 수 있는 행사나 공공기관은 없다.

 

신경정신과 의사와 정신심리학 연구자들이 많지만 '트라우마'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잠재의식과 꿈의 해석에 골몰하면서도 알츠하이머 증세의 노인들이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심오한 무의식과 초차원적 세계를 반영하고 있는지 관심 갖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모두 건강과 젊음과 이성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노인 학대행위들이다.

 

오늘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존엄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정부의 노인정책도 노인의 존엄을 생각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10월 2일 '한겨레'에 실린 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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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여산

2007.10.02 18:09:21
*.168.1.254

전 노인전문요양원에서 치매어르신들을 모시고 생활하는 졸업생인데 ...
동문님의 의견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
정성과 사랑을 드리면 치매어르신도 많이 좋아지시는 것을 보지요
저희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보면 사랑에 굶주려있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손한번 더 잡아드리고 볼에다 뽀뽀한번 더 해드리는 것으로
건강이 좋아지고 하루 생활이 밝아져요


sdfs

2018.11.09 18:30:21
*.159.2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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