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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글 - 현의 노래를 읽고

조회 수 14334 추천 수 766 2004.06.07 18:24:29
"현의 노래"를 읽다...

장편‘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단편 ‘화장’으로 올해 이상문학상을 받으며 눈부신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작가 김훈(56)의 세번째 장편이 '현의 노래’(생각의나무 펴냄) 이다.

스타일리스트라 불리는 작가 특유의 문체는 가야금의 노래가락처럼 흥얼거리기도 하고, 허느적거리기도 하다.
때로는 폭포처럼 한꺼번에 들이닥치기도 하고, 잔개울 흘러가듯 살살 가기도 한다.
따라서 세부적인 묘사들은 소리가 사라져 가듯 사라지고 글의 느낌만 남게 된다.

이전에는 이렇게 묘사하는 작가가 별로 없었기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 그 묘미를 알지 못하면 지루할 수 있다.
참으로 잘 그적거린다.

“3년 전 겨울, 나는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이순신의 칼을 들여다보면서 한 계절을 보냈다. 칼을 들여다보는 일과 악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나에게는 같았다. 지난해 겨울, 나는 그 악기들의 내면의 맹렬한 적막에 대해 쓰기로 작정을 하고 다시 연필을 쥐고 원고지 앞에 앉았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50여일간 교토 외곽의 기타야마(北山)에 머물며 집필에 전념했습니다. 당초 500매 정도를 써놨는데 교토에 가서 제 1장만 빼놓고 다시 썼지요. 대학시절 ‘삼국사기’에서 우륵에 관한 다섯 줄 정도의 내용을 읽었는데 우륵이 가야의 멸망을 앞두고 신라로 투항하는 대목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충격으로 남아 있었죠. 국록을 받아먹는 궁정악사가 소리의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신라로 도망 친 ‘화려한 배신’이야말로 위대하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저자의 서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인적 드문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의 악기박물관에서 금을 바라보았다."

사물은 한없이 쳐다보고 있노라면 말을 하기 시작한다.
미술관의 그림도 그러하고, 박물관의 유물이 그러하다.
아마 금이 무슨 이야기를 해 줄때까지 기다렸으리라...


가야금의 예인(藝人) 우륵의 생애를 쫓고 있는 이 소설은, 대가야에서 태어난 우륵이 가야의 망쇠를 겪으며, 신라에 정치적 망명을 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풀어내고 있다.

"대학 다닐 때 삼국사기를 읽다가 우륵을 만났다. ‘가야인 우륵은 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하던 악사였다.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그는 신라로 도망쳤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나를 매혹시킨 것은 ‘도망쳤다’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기록에 존재하는 것은 단 다섯줄... 여기서부터 작가적 상상력이 동원된다.
이 작업이야말로 작가를 작가답게 만드는 무엇이다.

“하늘은 파랬고,가까웠다. 구덩이 속에 누운 여자가 그 하늘을 만져볼 듯 구덩이 밖으로 손을 뻗쳤으나 아무도 그 손을 본 사람은 없었다. 흔히 돌뚜껑이 덮이기 직전에 여자들은 가랑이 사이로 때 아닌 생리혈을 왈칵 쏟아냈고 피 냄새를 맡은 개미들이 몰려들었다."(14쪽)

“왕들은 죽어서 쇠붙이 위에 누웠다. 석실 바닥을 깊이 파서 벽돌 모양의 덩이쇠 수천 근을 깔아놓고 그 위에 관을 올려놓았다. 때때로 지진이 땅을 흔들어 석실에 균열이 났고 지하수가 흘러들어와 쇠는 싯누런 녹물을 흘리며 삭았고 왕들의 사체도 그 녹물 속에서 썩어갔는데,죽어서 쇠붙이 위에 눕는 것은 왕들의 자랑이었으며 마지막 우국(憂國)이었다”(14쪽)

"소리의 근본은 물(物)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오면,물이 어찌 사람을 흔드는 것입니까?”
“울림이다. 울림에 는 주객이 없다. 그래서 울릴 때 물과 사람은 서로 넘나들며 함께 울린다.”(21쪽)


그래, 네가 나에게서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이사부)
나를 그저 내버려두시오. 신라가 가야를 멸하더라도, 신라의 땅에서 가야의 금을 뜯을 수 있게 해주시오. 주인 있는 나라에서 주인 없는 소리를 펴게 해주시오.(우륵)
이사부는 섬뜩 놀랐다.…이 자는 대체 누구인가. 이 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253쪽)


그에게 신라의 왕이 명령한다.
너는 국원에 살면서 너의 소리를 과인의 나라의 소리로 키워라.'
' …소리는 스스로 스러지는 것이옵니다…. 우륵은 말을 몸 안으로 눌러넣었다.’(268쪽)


김훈은 우륵이라는 인물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제자 니문, 그리고 당대의 왕과 신라장군 이사부, 가야의 대장장이 야로, 그리고 여인 비화와 아라를 등장시켜 스토리를 꾸며간다.

'소리'를 이루려는 일념 하나로 가야에서 신라로 나라까지 바꾸는 우륵의 삶을 큰 얼개로 삼아,소리를 통해 득도(得道)에 이르는 과정을 부각시키며 풀어진다.
세상사의 모든 것이 담긴 ‘소리’(우륵,니문)라는 원초적 감각과,그것의 울림판인 ‘쇠’(야로 父子)의 비유를 통해 삶의 의미와 현실을 투영한다.

“소리는 제가끔의 길이 있다.늘 새로움으로 덧없는 것이고,덧없음으로 늘 새롭다.”(285쪽)


더욱 재미를 더하는 것은 가야의 순장 풍습을 잘 풀어내고 있다.
가야의 땅 고령 대고분에서 파헤쳐진 무덤을 보며 이런 생각을 길레 한 적이 있다.
가야의 순장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는데, 김훈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 작가 김훈 인터뷰(2004-02-13일경) +++
-'칼'에 이어 '현'을 쓰게 됐다.
"'삼국사기'에 우륵에 관한 대목은 다섯 줄 정도다. 우륵은 결국 조국을 등지고 적에게 투항한 예술가다. 대학 때 처음 그 부분을 접하고 감동을 받았고 언젠가는 소설로 쓰려고 마음 먹었었다."

-최근에도 큰 상을 받았는데 부담은 없나.
"소설을 막 끝낸 상황이어서 이번 소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성취가 어느 정도일지는 감을 잡을 수 없다. 다만 오래 전부터 별러온 것을 썼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후련하다. 이번 겨울 두달간 일본 교토에 틀어박혀 집중적으로 썼다. 허리를 무리했는지 통증을 느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결국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나.
"소리는 허공을 흔들다 덧없이 소멸한다. 음악은 항상 낯선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나. 인간 존재도 매순간 새로운 시간을 맞는다. 한편 야로가 대표하는 쇠붙이의 세계는 세계를 직접적으로 개조하는 힘이 있다. 나는 소설 속에서 음악과 무기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김씨는 머리말에서 "악기는 홀로 아름다울 수 없고 시대의 고난과 더불어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을 뿐"이라고 썼다.
소설에 나타난 우륵 시대의 고난은 끝없는 정복욕이 불러일으킨 침탈과 살육이었다. 시간과 시대적 조건 아래서 잠시 깜박이다 스러져갈 수밖에 없는 덧없는 존재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글을 힘들게 쓰는 편인가.
"그렇다. 하루 종일 써봐야 몇장 못 쓰면서도 몰아쳐 쓰게 된다. 매일 조금씩 써나가는 게 정답일 것이다. 나는 아직 아마추어인 모양이다."

-계획은.
"많은 작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두어편 정도 더 쓸 수 있을까."


+++ 저자: 김훈
1948년 서울 출생.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문학기행1,2>(공저),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등이 있다. <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화장>으로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 출판사 서평 +++
▶이것은 아우라를 지닌 소설이다!
이 책은 장편 『칼의 노래』로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찬성을 받으며 2001년 동인문학상을, 단편 「화장」으로 ‘한국 문학사에 길이 기록될 대작 중 하나가 될 것을 확신한다’라는 탄성을 얻어내며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훈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평론가들과 선후배 작가는 물론 독자들에게서도 초미의 주목을 받으며 정력적인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훈이 『칼의 노래』를 집필하기 전부터 기획해온 『현의 노래』는 빈약한 한국 문학의 허리를 다시 곧추 세우고, 우리 소설의 허실함에 흥미를 잃어가는 독자들에게 다시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복원시켜줄 계기가 될 것이다.
제목처럼 ‘무기’의 노래로부터 ‘악기’의 노래로 연창(連唱)을 선보이는 『현의 노래』는 일찍이 『칼의 노래』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문학적 자력을 뿜어낸 것처럼, 마치 쏟아지는 눈발에 령(嶺)을 넘어가는 차창 밖으로 펼쳐진 숨막히는 풍경을 연상시키는 밀도 높은 언어와 분분설과도 같은 사유로 절정에 오른 문학의 기운을 토해낸다. 김훈 언어의 새로운 경지와 그 아름다움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현의 노래』는 가야금의 예인(藝人) 우륵과 그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김훈은 『현의 노래』에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우륵의 생애를 역사적 상상력의 극한으로까지 밀어붙여 소설화한다. 3인칭 시점으로 가야금 줄을 튕기듯 한껏 긴장되고도 울림이 큰 언어로 음률과 생률(生律), 정치와 예술, 풍경과 욕정의 세계를 그린 이 몸 들뜨고 머리 뜨거워지는 소설에서 김훈은 실로 어느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문체와 이야기의 곡조를 풀어놓고 있다.

▶우륵과 김훈, 가야와 혼재된 현재, 무시간성의 언어 공간의 마력
김훈은 이순신으로부터 시대를 거슬러 우륵을 찾는다. 『칼의 노래』의 이순신이 성웅 이순신의 신화로부터 살과 피로 구성된 실존으로 표현되었듯이, 『현의 노래』에서 우륵 또한 악성(樂聖)으로부터 먹고 마시며 춤을 추는 악사로 체현된다. 다기한 사료와 문학 작품의 전적이 있는 이순신은 그렇다 치고, 『삼국사기』와 구전설화 몇 가닥으로 남은 인물을 원고지 900여 매로 형상화한 김훈의 괴력은 놀랍기도 하거니와, 『칼의 노래』가 성취한 득음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저력은 도저하게 아름답다.

악곡을 짓고, 나라가 망하고, 나라를 바꾸어 음악을 연주한 한 가인의 생애. 우륵에 대한 기본 사료는 다음과 같다. 가야국의 가실왕이 우륵을 불러 "모든 나라의 방언도 각각 서로 다르거늘 음악소리도 어찌 한결같이 같을 수 있겠는가?" 하고 가얏고를 위하여 악곡을 지으라고 명하자 우륵은 왕명을 받아 12곡을 지었다. 12곡 중 9곡은 그 곡명이 가야 지방의 지명으로 가실왕의 뜻에 따르느라 그 지방의 독특한 정서가 드러나도록 지은 악곡이라고 할 수 있다.

우륵이 태어난 대가야는 16대 520년간 존속하다가 신라 진흥왕(562년) 때 신라에 병합되었다. 우륵은 대가야가 망하기 11년 전인 진흥왕 12년(551년)에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가야금을 가지고 신라에 몸을 맡겼다. 신라의 진흥왕은 지금의 충주에 특별히 거처를 마련해주고 세 사람을 보내어 우륵의 음악을 전수케 하였다. 이 간략한 틀거리에 김훈은 가야와 신라사에 대한 꼼꼼한 사료조사와 역사적 상상력을 보태어 왕과 장수, 대장장이와 궁녀, 관리와 범부를 불러내 AD 500년의 세간(世間)과 욕망을 그려낸다. 우륵, 니문, 아라, 비화, 이사부, 야로 등 낯선 이름을 지닌 등장인물들을 계급과 명령, 싸움과 죽음, 무기와 농기, 성교와 배설, 식사와 춤, 날씨와 소리 등 원형의 행위와 조건 속에 배치한 김훈은 자신의 문학적 특장의 극점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덧없음’과 ‘새로움’이 교직하는 ‘장엄한 허무주의’를 배음으로 하여 ‘눈물겨운’ 인간의 조건을 노래한다.


▶무기(쇠)의 길과 악기(금)의 길, 정치와 예술의 같음과 다름
‘책머리에’에서 김훈은 “잠든 악기 앞에서, 그 악기가 통과해온 살육과 유혈의 시대를 생각하는 일은 참담했다. 악기가 홀로 아름다울 수 없고, 악기는 그 시대의 고난과 더불어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므로 악기가 아름답고 무기가 추악한 것이 아니다. 무기가 강력하고 악기가 허약한 것도 아니며, 그 반대도 아닐 것이다”라고 말한다.
“칼을 들여다보는 일과 악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같으며”, “그 악기들의 내면의 맹렬한 적막에 관하여” 쓴 것이 『현의 노래』라고 밝히고 있다.

이 맹렬한 적막의 소설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공교롭게도 ‘소리’이다. 이 소설에서 세계는 소리로 이루어진 듯하다. 그것은 물과 바람소리로부터, 몸에서 나는 소리, 목소리, 신음소리, 종소리, 고을의 소리, 짐승의 소리, 세월의 소리, 북소리, 곡소리, 오줌 소리, 부르는 소리, 금(琴)의 소리, 말발굽소리, 불의 소리, 별의 소리, 함성 소리, 울음소리, 노랫소리, 너의 소리, 나의 소리, 사라지는 소리, 주인 없는 소리, 먼 소리 등 온갖 소리에는 인간사의 욕정과 곡절이 맺혀 있다. 소리는 모여 있거나 흩어져 있으며, 물결을 이루거나 장애물을 찢고 나아간다.

김훈은 생사가 ‘소리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라 말하며 그 과정에서 소리가 머무는 울림판으로 쇠를 논한다. 김훈은 쇠의 흐름, 쇠의 내막, 쇠의 세상, 쇠의 혼과 소리의 자리, 소리의 길은 같다고 말한다. 이 대비항은 정치와 예술, 권력과 욕망, 제도와 풍경, 국가와 개인, 언어와 자연에 유비되는 대비항이며 이 모두를 아우르는 판단은 ‘덧없으면서도 새롭다’는 적극적인 생의 의지이다. 소멸해가는 육신과 기억, 그 질곡과 가엾음, 허망과 패망을 거슬러 인간에게 무엇이 기억되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김훈은 소리와 쇠라는 원초적인 감각과 비유를 통해 삶의 의미와 세계를 해석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그것은 아마도 혹자에게는 ‘순명’으로, ‘의지’ 자체로, ‘지극한 소멸’로 읽힐 것이다.
몸의 유한성과 풍경의 덧없음, 상처의 운동과 예술의 곡절함 등 실존적인 사유의 흔적에 역사 소설이라는 외피를 두룬 『현의 노래』는 우리 소설문학 사상 드물게 보는 완성도 높은 예술가 소설이자, 예술 소설이라 할 것이다.

왕의 죽음과 순장 제도, 성을 뺏고 빼앗는 전투의 긴장과 과정, 극과 반달도끼 등 오래된 무기의 구조와 제조법, 다양한 금의 구조와 연주법, 사라진 지명 등 독서의 재미를 생산하는 낯선 역사적 풍경은 사실 김훈의 소설관과 자의식을 드러내는 상상하는 역사이자 예술 정신의 지도이기도 하다.


▶단단하게 말랐으되 육박하는 몸짓을 연상케 하는 김훈 문체의 극한과 그 장려함
우리는 김훈 문체의 완숙한 경지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선보인 뼈마디 문장과 초극의 긴장으로 벼려진 문체를 『현의 노래』에 와서 현란하게 풀어놓는다.

장인의 솜씨로 담금질한 검(劍)의 날카로운 날을 밟는 듯한 아찔함을 안겨준 ‘칼’의 문체는 전편에서 번쩍거리며, 여기에 바투 당긴 줄을 튕겨 정과 동을 동시에 시간 사이로 스미게 하는 현악기(가야금)의 선율을 느끼게 하는 ‘현’의 문체는 작품을 읽는 내내 이명처럼 흐른다.

‘현’의 문체를 구사하기 위해 김훈은 직접적으로는 가야금 탄주를 묘사하면서, 느린 호흡으로 풍경과 이야기의 선을 고르다가 급격히 어조와 화제를 뒤튼다던지, 서사와 등장인물의 배치를 수시로 고르고, 순장과 전투, 악곡 연주와 대장간 등을 묘사하면서 물러섬과 나아감, 흐름과 중단 등 곡조를 느끼게끔 수사를 발휘한다.

무엇보다도 ‘현의 문체’는 ‘냉정한 수사학’을 통해 달성된다. 지극히 건조한 대사는 선문답과 연극대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생략과 간략을 구사하며 골자를 노출한다. 또한 서사에 있어 주요 등장인물의 등퇴장과 사건의 전환은 느닷없이 칼로 베듯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주요 인물들의 죽음과 주요 사건의 변환이 불현듯 발생해 지나가는 소설은 김훈의 문체가 아니라면 감당하기 힘든 장치일 것이다. 한두 단어로 된 장 제목(오줌, 쥐, 구덩이, 젖과 피, 제첩국, 몸 등)이 증명하듯이 『현의 노래』는 피와 토사물, 오줌과 성교 등 배설과 체액에 대한 묘사가 빈번하다. 그 묘사는 질박하되 상스럽지 않으며, 간절하되 혼란하지 않다. 마치 김훈이 풍경(물, 불, 나무, 바람, 꽃)을 묘사할 때와도 같이 여기서 인간의 애욕칠정은 풍경에 이르며 독자로 하여금 서글프고 아름답다는 긍정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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