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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고무신을 빠트리다

조회 수 1965 추천 수 53 2009.09.27 15:28:39

우물에 고무신을 빠트리다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지만

샛별초등학교 밑에는 아주 오랜 옛날 전영창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이 교실로 쓰기 위해 직접 흙벽돌을 찍어 지었다는 오래된 낡은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은 부서진 책걸상 등을 넣어두는 창고로 쓰고 있었는데

지금 중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시는 조현주 선생님이 재수할 때 친구인 김종길(?) 선배님이랑 같이 그 건물 방 한칸에서 기거를 하면서 공부를 했었다.

당시 여덟살이었던 나는 거의 매일 그 방으로 동생들을 데리고 출퇴근을 했다.

방가운데 놓인 연탄난로, 기타, 난로 양쪽으로 놓인 야전침대, 바둑판, 각종 만화책, 이 모든게 우리에겐 최고의 장난감이었고

그 방은 말 그대로 환상의 놀이터였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가 갔을때 분명히 인기척이 있었는데 방문은 안에서 잠겨있었고 아무리 문을 흔들고 소리를 질러도 열어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전혀 공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우리를 더이상 받아줄 수 없었겠지만 당시엔 어린 마음에 무지 배신감이 들었고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갈려고 시도하기를 수차례,

마침내 포기하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하얀 고무신(사실, 하얀고무신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한켤레가 눈에 띄었고 난 대뜸 그 고무신을 주워들었다.

잠시후 그 고무신은 문을 열어주지 않은데 대한 댓가로 학교 우물에 던져지고 말았다.

그날 저녁 김종길 선배님이 신발을 찾으러 왔을때 아버지는 신발 소재를 내게 물었고

한참을 버티던 난 그 고무신은 우물속에 있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난 종아리를 많이 맞았고 며칠을 두고두고 날 아는 거의 모든 어른들에게 혼이 났다.

 

 하지만 낡은 신발 하나 버린 일로 왜 그렇게 심하게 혼이 났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조금 자라서 그 우물이 죽전 동네 거의 모든 세대의 유일한 식수원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아, 그때 내가 무지 혼날 일을 했구나' 하고 깨달았고,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그때서야

내가 동생들을 데리고 그 위험천만한 우물가에 갔던 그 자체가 정말 무지무지 혼날 일이었다는걸 깨달았다.   (2002)

 

 

 

엮인글 :

ㅈㄹㅈ

2009.09.28 02:43:27
*.5.237.21

그 우물에 여름에는 수박을 넣어 두었다가 먹으면 시원하기도 했지요.
우물 옆 구매점 / 식당이 있었고, 그 식탁을 고3때에 침대로도 사용했었답니다.
무방비 상태에서 여학생들이 잠자며( 졸면서) 공부하던 그 시절이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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