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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조회 수 3237 추천 수 0 2010.07.09 06:32:57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のり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구실을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아름다운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빛을 남기고 모두 사라져 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빈 채였고

내 마음은 무디어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어이없는 일도 있는 걸까 하며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쳐 흘렀다

담배를 다시 피웠을 때처럼 현기증이 났다

나는 이국의 음악을 마음껏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가장 불행했다

나는 가장 어리석었다

나는 가장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능한 한 오래 살아야 한다고

나이를 먹고 나서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던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장삼이사

2010.07.09 07:04:19
*.233.191.227

총독부에 다녀온다

이바라기 노리코

 

한국의 노인은 지금도 변소에 갈 때

조용히 허리를 일으키며

<총독부에 다녀온다>

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조선총독부에서 호출장이 오면

가지 않고는 못 배겼던 시대

어쩔 수 없는 사정

그것을 배설에 빗댄 해학과 신랄함 

 

서울에서 버스를 탔을 때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할아버지가 앉아있었다

한복을 입고

까만 모자를 쓰고

소년이 그대로 할아버지가 된 것 같은

순수함 그 자체의 인상이었다

일본인 여러 명이 선 채로 일본어를 조금 지껄였을 때

노인의 얼굴에 두려움과 혐오의 표정이

획 달려가는 것을 봤다

천만 마디의 말을 쓰는 것보다 강렬하게 일본이 해온 짓을

거기에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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